내가 쓴 나의 이야기

경비원 노릇 10년

법학도 2019. 2. 23. 15:09

경비원 노릇 10년

 

전화기가 여러 차례 울립니다.

그래도 모르는 척하고 자리에

그냥 누워 있었습니다.

 

병원 신세를 진 후에 쉽게

피곤을 느끼는 것은 아직도

몸이 회복되지 못한 탓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오늘은 토요일이라서 웬만한

직장인은 대부분 일자리에서

조금 떨어져서 쉬겠지요.

 

딸들이 늦잠 자는 것을 깨워 식사

준비를 서둘렀는데도 아침 식사를

끝내고 나니까 오전 10시가 기까워

지고 있었습니다.

 

그 후에 피곤이 몰려와서 자리에

다시 누웠더니 전화가 오는 것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했었습니다.

 

일어나서 전화 번호를 보았더니

눈에 익은 전화라서 전화를 했지요.

반가운 말소리였습니다.

 

내가 아프기 전 10년간 일했던

KT사옥 경비실 동료였지요.

그분 말씀은 제 후임으로 오신

분이 몇 달 만에 퇴직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아마도 자영업 사장님이 경비원을

하기가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경비원은 단순한 일이지만 그리

만만한 것은 아니랍니다.

 

큰 지식을 가지고 일하는 것은

아니지만 얼굴에 철판 깔고 인간적인

이해심 없이는 하기 어렵습니다.

 

워낙 개성이 독특하고 잘난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고 야간 근무라는

격무가 있기도 한 이유일 것입니다.

 

저는 아직 심장수술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가슴뼈가 완전히 붙지도 않았고

섣불리 근무에 투입되면 재수술이 거의

불가능해서 어렵다고 했습니다.

 

우선 올 가을까지는 누가 뭐래도

푹 쉬어서 수술로 망가진 심신을

추스를 작정이고 그 후에 직장을

고려해 볼 작정입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는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요.

 

이 사람아, 세상은 넓고 할 일도

많은데 오직 못났으면 경비원

노릇을 10년씩이나 하고 아픈

몸을 이끌고 또 그 짓을 하냐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올 가을까지는 안한다고

했잖아유?

 

※ 2019.2.23. 토요일 오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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