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려는지 바람도 제법 불고
날씨도 시원한 것이 큰 건물 앞에 있는
벤치에 앉아서 퇴근길 시민들의 모습을 구경합니다.
내가 앉아 있는 곳을 한 처녀가 지나가니까
짙은 라일락 향기가 코끝을 스쳤지만
그 사람의 얼굴은 보지는 못 했습니다.
벌써 오후 7시가 가까와지는데도 여름철이라서
그런지 아직도 훤한 대낮입니다.
여름철이 아니라면 땅거미가 내려올
시간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하루 동안 열심히 일한 사람들이 집으로
또 다른 일터나 모임 장소로 휴식 장소로
바쁘게 가는 시간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길가에 세워진 트럭에는 수박을 가득 실은
남자 가장의 무거운 어깨가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 한가한 시간을 보내는 너는 참 좋은
세상을 살고 있다고 혀를 끌끌 찰 사람도
있을 수는 있겠으나 저도 엄청 바쁘게 산 사람입니다.
오늘 아침에는 지난밤 야근을 하고 나서 퇴근을 한
후에 다시 9시 30분부터 경비원 교육을 받았고
낮 12시를 지나서 귀가를 하고서 잠을 잤으니 엄청
바쁘고 고달프게 하루를 지난 것은 틀림 없습니다.
그럼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은 것일까요.
스스로에게 물어 봅니다.
흔히 젊은 시절을 그리워하기도 합니다.
돈 잘 벌던 시간을 회상하기도 합니다.
단란했던 시절에 생각을 머물러 보기도 하지만
오늘 이 시간은 내 생애에 최고의 시간이고
사색의 최고봉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다시 생의 한가운데 던져진다고 해도
그 당시의 선택이 최선이었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내가 만든 최고의 시간에 스스로 만족해
보면서 내일도 오늘만 같이 살고 싶습니다.
지나간 전성기도 무용담도 없이 담담하게
살아가는 지금이 제일 좋습니다.
지금 이 시간을 즐길 줄 알고 이 시간이
행복한 시간으로 치장할 줄 아는 것만이
스스로를 힐링하는 것이 아닐런지요.
내가 앉아 있는 벤치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에 행복과 축복이 있기를 바라면서 이야기를
마무리하는데 하나 둘 가로등이 켜지고 길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의 여유로운 발걸음 소리가 한가롭고
장맛비가 오려는지 시원한 바람이 내 짧은 머리결을
어루만지고 갑니다.
여유있고 한가로운 시간이 행복한 시간입니다.
이런저런 사연을 어깨에 메고 어디론가 발길을 돌리는
사람들을 아무런 생각 없이 바라보는 것만으로 행복합니다.
사는 것이 뭐 별게 있겠습니까?
☞ 2013.6.25. 19시 17분 길거리 벤치에서...
'내가 쓴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말을 잘 들어주기 (0) | 2013.06.30 |
---|---|
인생 홈런을 위하여 (0) | 2013.06.28 |
자만하면 넘친다 (0) | 2013.06.24 |
텃밭 상추쌈의 향기와 청포도 시 (0) | 2013.06.21 |
성숙을 위한 계절 (0) | 2013.06.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