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한 시대에는 여자용 팬티가 수천만 원이나 간다는 소문이 파다했지요.
사실 여부를 떠나서 세상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했습니다.
그땐 대기업(포항종합제철) 신입사원시절이었는데 당시 월급이 19만원쯤
되었던 기억이 납니다.하기는 군대시절(중위) 월급 10만원보다는 2배 정도 되었지만
당시 데이트를 하다고 보니 군대시절 월급이 더 많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오늘 난 150만 원짜리 저녁(鰍魚湯)을 먹었습니다.
그럼 그 시대에 수천만 원짜리 여자 팬티와 마찬가지로 요즘은 추어탕(鰍魚湯)도
금가루를 섞은 미꾸라지로 만든 추어탕(鰍魚湯)인 줄 알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것은 아니고 계륵(鷄肋) 같은 애물단지가 야간 경비원일을 하는데
밤 10시가 넘은 시간에 저녁을 드셨느냐는 전화를 하기에 아직 안 먹었지만
잠시 후 사내순찰을 마치고 컵라면으로 간단하게 저녁식사를 할 것이라고
말을 해주었더니 자기가 추어탕(鰍魚湯)을 사가지고 가겠다는 말을 했습니다.
“이놈이 애비를 생각하는 폼이 참 기특해”하면서 미소를 흘리고 있었습니다.
전화국 사내순찰을 마치고 돌아오니 경비실에 애물단지가 와 있었지요.
내일 기온이 섭씨 영하 14도라는데 옷도 따뜻하게 입고 밥도 따뜻하게
먹으라고 이야기를 하면서 등을 두드려 주었습니다.
“멀쩡한 네가 애비를 잘 못 만나서 이 추운 겨울에 고생을 하지만 너무
원망하지는 말아라.”라고 하면서 미안한 마음으로 달래주었습니다.
추어탕을 맛있게 먹고 커피를 한잔 주려고 했으나 낮에 일하면서 많이
먹었기 때문에 그만 마시겠다고 했습니다.
경비실 안이었기 때문에 준비된 먹을 거리도 없고 인근 슈퍼도 멀었고
경비실을 비울 수도 없어서 참 난감했지만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그저 요즘 날씨도 춥고 눈도 자주 오니 승용차 운전도 조심하라는 말로
그 옛날 작고한 부친이나 모친이 내게 해주던 말을 하는 수밖에 도리가 없었습니다.
아들은 “아버지, 요즘 하는 일도 여의치 않아서 그러는데 월요일까지
150만원만 빌려주시면 갚아드릴테니 부탁드리겠습니다.”라고 하는 말을 했습니다.
그말을 듣고 너털웃음을 웃고 있는 나를 발견합니다.
“야! 이 녀석아, 애비가 아들에게 돈을 빌려주는 것도 있나?
그냥 줄테니 150만 원 쓰고 단 1 원이라도 갚아.”라고 말을 하면서
가지고 다니던 농협은행 통장과 그에 딸린 현금카드를 비밀번호와 함께
다 주어 버렸습니다.그래도 한마디는 했지요.
“야! 이놈아,이렇게 곶감 빼먹듯 다 가져가면 나중에 너를 도와 줄 일이
있어도 도와 주지 못하게 되는 것을 알아야 한다. 알았나...?”
그 애물단지는 곧 갚겠다는 이야기를 남겼습니다.
돌아가는 아들의 승용차를 배웅하면서 운전조심하고 집에
도착하면 바로 전화를 하라고 일러 주었습니다.
그래도 내 은행통장과 현금카드를 들고 가는 아들이 대견하면서도
“네놈도 변변치 못한 애비를 만나서 고생한다.”고 하는 독백을 하는
나를 발견하고는 혼자 쓴웃음을 짓고 말았습니다.
“그래 이놈아, 그렇게라도 염치 불고(不顧)하고 씩씩하게 살아라.
건강하면 좋은 날이 오겠지...”라고 기도 아닌 기도를 했습니다.
오늘은 금가루가 들어간 추어탕(鰍魚湯)도 아닌데 150만 원짜리
추어탕(鰍魚湯)을 먹고 말았습니다.
그 옛날 금실로 만든 여자용 팬티가 수천만 원 한다는
말은 들었지만 150만 원 하는 추어탕(鰍魚湯)을 먹어본지는 처음입니다.
그래도 허우대 멀쩡하고 씩씩한 아들이 대견스럽습니다.
아들이 돈벌이도 잘하고 씩씩하게 살아가기를 기도합니다.
추어탕(鰍魚湯) 값이 너무 비싸긴 하지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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