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설날도 지나고 정월 대보름이 다가옵니다.
예전에는 대보름을 설 명절보다 더 성대하게 지냈지요.
부럼을 깨물고 오곡밥을 해 먹었습니다.
농사를 짓고 살던 농경 사회에서는 올해 농사지을 준비를 했지요.
그중에는 쥐불놀이도 한몫을 하였습니다.
깡통에 구멍을 뚫고 전깃줄을 달았으며 깡통 속에는
말린 쇠똥을 넣어서 불을 붙이고 힘껏 돌리던 일이 생각납니다.
이런 이런 소년 시절의 추억이 한창인데 벌써 耳順을 넘겼습니다.
참 허무한 세월인데 추억은 늙지도 않는가 봅니다.
보름이 지나면 동네 우물 앞에 있던 미나리꽝에도 더 이상
얼음이 얼지 않으며 겨울 방학을 끝내고 학교에 갈 준비를
해야 하는데 밀린 숙제를 하느라고 눈물 콧물을 흘리면서
숙제를 밤새워서 하던 기억이 납니다.
이 모든 것이 지난 추억이 되었습니다.
이제 쥐불놀이도 할 분위기나 여건이 되지 않으니
그것을 할 기회도 사실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지금이라도 공부할 마음만 있으면 학업은 계속 할 수가
있겠으나 겨울 방학 숙제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혼내 줄 아버지 어머니도 오래 전에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니 이 모든 일이 허전한 추억이 되었습니다.
정월 대보름이 다가오니 오늘도 늙지 않는 추억은
부모님 생각도 나고 쥐불놀이도 생각나고 부럼을
깨물던 생각도 납니다...이런 쥐불놀이 추억도 우리가
마지막 세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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