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쓴 나의 이야기

소시민의 하루가 이렇게 흐릅니다

법학도 2013. 11. 28. 15:08

 

 

 

어제 오후에 출근을 하면서 눈이 온다는 소식에 주눅이 들었지요.

야간 근무를 하면서 눈이 오면 한밤중이라도 눈을 치워야 합니다.

눈이 많이 쌓이거나 눈이 녹아서 빙판이라도 지는 경우에는

사람들이 불편을 느끼니 쾌적한 환경을 자진해서 만드는 것은

내 직업 윤리이며 의무이기 때문입니다.

의무에 충실하면 나도 편하고 남도 행복하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출퇴근길이 썰렁해져서 구경거리가 별로 없습니다.

늘어선 플라타나스나무도 나뭇잎을 거의 대부분 떨어뜨리고

몇 잎 남은 황갈색 나뭇잎만이 추위를 느끼게 합니다.

어제는 눈이 올까 봐 그렇게 걱정을 하면서 출근을 했지만

눈은 단 한 송이도 내리지 않았습니다.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눈이 오지 않아서 그런지 출퇴근 때에 오고 가는 길은 썰렁하기가

한량이 없었습니다.아파트 모텔 하우스 공터에 무성하게 자라면서  

열매를 맺던 호박도 지금은 흔적만 남기고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직장 청사 앞에 서 있는 산수유 나무는 이제 나뭇잎을 모두 떨어뜨리고

빨간 열매를 겨울 꽃처럼 매달고 서 있는 것이 아름다움을 더할 뿐입니다.

산수유 열매로 술을 담아서 초대한다고 약속을 했으니 그렇게 할 것입니다.

약속은 무거운 것이니...

 

 

이 길을 수없이 오고 가면서 혼자 중얼거리기도 했습니다.

다시 내가 태어나면 어떤 길을 걸어갈까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지요.

한때는 더 영특한 사람으로 더 부지런한 사람으로 더 자신에

충실한 사람으로 더 양심적인 사람으로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해 보기도 했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 보았더니 지금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이상으로는 살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내 부모님도 나를 세상에 보냈지만 그 분들의 의지와는 상관 없는

것이 나이고 내가 그런 사람이 되겠다고 태어난 것도 아닌 이상

그것은 내가 가진 숙명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만약에 다시 태어난다고 해도 지금 가진 생각이나 재능 이상은

되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윤회 사상이 사실이던지

사실이 아니던지 간에 다시 태어난다고 해도 지금의 나 이상은

되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내가 정신 수련을 통하여 큰

깨달음을 얻는다고 해도 내가 가진 본성을 뛰어넘을 수 없다는 것을

진지하게 생각을 하게 합니다.지금의 나는 태초에 정해진 본성이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물론 이것은 나만의 생각이니 크게 책하지는 않으셨으면 합니다.

 

 

봄 기운을 맞으면서 길가에 핀 민들레꽃에 반가움을 느꼈었는데

무더운 여름의 뙤약볕도 가고 가을철 한낮의 시원한 고요함도  

간 지금 플라타나스 나뭇잎이 바람에 날리고 그 낙엽은 발 아래서

바스락 소리를 내더니 하얀 눈 소식을 기다립니다.

어제는 온다고 했던 눈은 오지 않았지만 그래도 하얀 눈이

내리는 길거리 풍경을 기다리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런지요.

야간 근무하는 날 눈이 오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는 소시민의 소소한 하루가 이렇게 소리 없이 흘러갑니다.

행복한 하루가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