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쓴 나의 이야기

늙지 않는 추억

법학도 2013. 11. 24. 20:09

우리 할머니가 회갑을 맞이한 날

나는 국민학교 입학을 앞에 둔 사람이었습니다.

이미 할머니가 80살이 넘어서 세상을 떠나신지도

벌써 30년도 넘는 세월이 훌쩍 지났으며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나도 어느새 초로의 할아버지가 되어가고 있으니

세월은 가고 사람도 늙지만 추억은 늙지 않는 모양입니다.

 

나는 우리 집안의 몇 대에 걸친 장손이었던 탓인지

우리 할머니의 총애를 많이 받고 자란 기억이 생생합니다.

물론 눈물이 쏙 빠지도록 혼이 난 적도 많이 있지만

그래도 혼난 것보다는 칭찬받은 기억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내가 중학교 시험을 보기 며칠 전에는 몇십 리를 걸어가서

고갯마루 나무 등걸에 떡을 해 놓고 중학교 입학시험

합격을 기원한 기억도 생생합니다.

40년 전에 서울로 대학교에 입학했을 때는 동네방네

손자 자랑을 하기도 하였으니 주변에 눈총을 받기도

하신 우리 할머니입였습니다.내가 군대에 갈 땐 우리

손주가 알오토시(ROTC를 그렇게 부름)를 해서 간다고

그렇게 또 자랑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후 수많은 세월이 갔지요.

 

지금 초겨울이 문턱에 다가 왔습니다.

벌써 첫눈도 내렸고 창밖에 심어져 있는 산수유

나무 열매가 붉게 농(濃)익어서 떨어지는 계절입니다.

그런데 할머니를 더욱 잊을 수 없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우리 고향 시골집 벽장 속에 넣어 두었던

꿀단지였습니다...

우리 할머니를 생각할 때는 그 벽장 속 꿀단지가

생각납니다,할머니 몰래 검지 손가락으로 꿀단지에

꿀을 찍어서 먹던 기억이 새록새록 납니다.

 

그런 것을 생각하면 세월은 가고 사람도 늙어서

저 세상으로 가지만 추억은 늙지도 않는 것 같습니다.

늙지 않는 추억에 쉬어 갑니다...

이제 경비원 야간 근무 갈 준비 중입니다.

2013년 11월 24일 일요일 오후 3시 10분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