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쓴 나의 이야기

스치는 바람...

법학도 2013. 3. 3. 15:38

스치는 바람 소리에도 스스로가 작은 존재라고
느낀다면 더 없이 편안한 사람일 것입니다.
앞만 보고 달려왔지만 뒤돌아 보고 출발했던
제자리 걸음만 했다는 마음이 드는 시간입니다.


많이 가지고 싶었지만 남은 것은 맨주먹이었

많이 배운 것 같았지만 실상 돌아보니 아는 것이라고는

내 이름 3자 적는 일과 아라비아 숫자 쓰는 것 외에는

별로 쓸만한 지식이나 식견이 없다는 것을 아는데

60년이나 걸렸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비로서 세상에서

제일 큰 불효했다는 것을 알았으니 참으로

참담한 생각이었고 손아래 아우가 몇 년 전에

세상을 떠났을 때 사랑이 부족했음을 뼈저리게

절감했으니 이 또한 허무한 일이었습니다.
몇 년 전에 여름휴가 때 동생의 무덤에 막걸리
한잔 따르면서 아쉽다는 마음을 가졌으나
이 또한 부질없는 일이었습니다.
세상을 하직한 그 동생도 살아서는 내 마음과
별반 다르지 않았을 텐데 그 많은 애착과

아쉬움을 두고 어떻게 세상을 이별했는지 ...



이미 양친 부모님은 모두 작고하셨지만
어머니는 살아계실 때 “죽을 것을 생각하면
겁이 난다.”고 말씀하셨는데 정작 죽을 때는
스스로도 죽는 것을 느끼시지 못하고 세상을 뜨셨고

죽는 이야기만 나오면 질색(窒塞)을 하시던 아버지도

자신의 병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세상을 뜨시는 것을

보고 사람들의 생에 대한 무한한 애착을 보았습니다.
그러나 그 애착도 지나고 보니 허무하기만
한 것이었습니다.



얼마전 지난 설(2013년)에 선산에 묻힌 부모님과

부모님 산소 발치에 묻힌 동생의 무덤을 찾아 보고서

“그토록 열심히 살아낸 것이 결국은 이곳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루를 살아도 남에게 좋은 일만 하고 살자고
마음을 가다듬고 선산을 내려온 적이 있습니다.

살아있으니 욕심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욕심을

줄이는 것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 시간었습니다.

어느 곳에서 우연하게 읽었는데 소식(小食)을 하는

것도 욕심에서 해방 되는 것이라고 한 것을 본 적이

습니다.어느 개인의 사견이겠으나 음식을 적게

먹는 것도 마음을 정갈하게 하는데 도움이 될듯합니다.
살아있으니 욕심을 끊을 수가 없는 것은 없다고 해도

욕심(慾心)을 줄이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춘삼월 바깥 날씨는 화창하지만 쌀쌀하기만 합니다.

이제 경칩(驚蟄)이 모레라서 겨울은 아니고 봄이라고 해야

하겠지만 아직은 몸을 움츠리게 하니 꽃샘추위가 매섭습니다.
이 꽃샘추위도 곧 물러가겠지요.

지난 밤 야간근무하고 아침에 퇴근해서 잠을

한숨 자고 일어났더니 막내 동생이 보낸 문자가

착했네요.이제 동생에게 문자 답장을 해 줘야 합니다.

막내 동생(50대 중반,한의사)은 몇 년 전부터

365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문안 인사를 전해 옵니다.
고맙기만 합니다.

춘삼월(春三月)이라고 하지만 바깥 날씨는
화창하지만 스치는 바람은 차갑기만 합니다.
편안한 일요일이 되세요.



읽을 거리로 시 한 수 옮겨 옵니다.
박목월 시인님의 윤사월이라는 시입니다.


 

윤사월

(閏四月)

 

박목월

 

송화(松花) 가루 날리는
외딴 봉우리

   

윤사월 해 길다
꾀꼬리 울면

  

산지기 외딴 집
눈 먼 처녀사

  

문설주에 귀 대고
엿듣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