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쓴 나의 이야기

갈색 티셔츠는 봄을 기다립니다

법학도 2013. 2. 19. 17:27

갈색 티셔츠는 봄을 기다립니다

어느 날 비와이씨 매장이라는 곳을 지나는 길에 우연하게 들렀더니

멋진 갈색 티셔츠가 걸려 있었는데 비슷한 다른 옷은 5-6만원인데

이렇게 멋있는 갈색 옷은 2만원이라고 가격표가 적혀있는 것이

눈에 띄었는데 “이건 하늘이 내게 내린 행운이야 ...”라고 생각하면서
흐뭇한 웃음을 입가에 흘리면서 그것을 산 것은 당연한 일이었는지 모릅니다.

그날 그렇게 산 갈색 티셔츠를 입고서 역시 아끼는 점퍼를 입고서

콧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엄청 가벼워서 좋다고 우리 애물단지가
오래 전에 사준 프로스펙스 신발을 신고 룰루랄라 방문을 열고 나섭니다.

아참! 한가지 빠진 것이 있는데 얼마전에 새로 샀다가 고장이 나서

다시 바꾼 B라는 외국제 전기 면도기로 은빛 수염도 말끔하게 정리를 하고 말이지유.

그런데 우수가 지났고 신발을 신기 전에 창문을 열었더니

봄바람 냄새가 물씬 풍겨서 가벼운 마음으로 나섰더니 이게 왠일인지유.
얼굴에 와 닿는 바람이 뼛속까지 시린 것이 아직은 봄이 문턱을 넘지 못한 것 같습니다.
2월도 중순으로 들어가니 잠시 후면 꽃피는 3월이 오고 각급 학교에는

프레쉬 맨들이 학교길을 메우는 시간인데 아직은 봄이 아닌듯 합니다.

이런 것을 두고 “봄은 왔지만 봄이 아니다.”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유식한 척한다면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그래서 어떻게 했느냐구요?
추운데 어쩌겠습니까.
우수가 지나서 봄기운이라도 온몸으로 느끼면서 봄처녀 치맛자락에서

풍기는 바람이라도 한 모금 마시려고 했더니 아직은 때가 아닌 것 같습니다.

봄처녀는 고사하고 길거리를 지나는 앳된 처녀들은 아직

털목도리로 단단하게 무장을 하고 바쁜 걸음으로 지나가고 있어습니다.

그래서 집으로 다시 돌아오고 말았습니다.

어차피 꼭 가야 할 곳이 있었던 것은 아니니 아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아직은 봄을 더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어쩌면 봄소식은

지금 지나간 소녀의 치맛자락에서 먼저 올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이제 그 봄을 기다리면서 낮잠이나 자야 할 것 같습니다.
아까 그렇게 멋지고 가격이 저렴해서 샀다고 자랑한 갈색

티셔츠를 벗어서 옷걸이에 걸다가 보니 메이드 인 차이나입니다.
그래도 세계를 주름잡는 G2에서 만든 것이니 다음에

만날 기회가 있으면 멋진 갈색 티셔츠를 보여드리겠습니다.

봄이 시작 되려고 하는 이 겨울의 끝자락에

즐거운 일 많이 만드시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벌써 해는 서산으로 지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