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슴도치가 제 아들을 자랑하면
다른 이들은 가소로운 이야기로 지나가겠으나
못난 그들의 입장에서는 그게 세상이고 사는 맛이겠지요.
오늘은 그들 못난 고슴도치 부자의 이야기을 열어봅니다.
야간에 경비일을 하는 아버지가 저녁식사 시간이 지나서
그저 그런 생각을 하면서 평소와 같은 일을 하고 있는데
30대 멀쑥한 신사가 싱글벙글 웃으면서 경비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데 자세히 보니 우리 아들이었지요.
반가움에 어쩐 일이냐고 물었더니 비닐포장에 들어있는
것을 들어보이면서 아버지, 이것은 남원추어탕이랍니다.
하기는 오늘 저녁식사를 고심 끝에 오후에 출근하면서
바나나 2,800원어치로 떼우려고 바나나를 한뭉치 사왔는데
내심 먹을 복이 있는 것이 굶어죽지는 않겠구나...하면서
내가 생각해도 뜻모를 웃음을 짓고 말았습니다.
애비를 챙기는 그 아들녀석이 고마웠습니다.
아들이 사온 추억탕으로 오늘 밤은 배가 든든할 것 같았지요.
오늘도 애비 못난 탓에 고생하는 아들이 안타까운 아버지.
애비가 저녁밥을 안먹는 것을 알고 있는 아들...
그들은 아무리 생각해도 고슴도치 부자임에는 분명합니다.
고슴도치들도 서로의 가시에 찔리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그렇게 따뜻한 일상을 열어갑니다.
따뜻한 인생의 봄을 기다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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