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또 속았구나...
동키호테를 쓴 작가 세르반테스는 그런 말을 했습니다.
“기근(飢饉)은 세상에서 최상의 조미료다.”고 했지요.
병원에 혈압약을 처방받고 돌아오는 길에 오후 2시가 넘은
시간이라서 배도 고프고 평소 눈여겨 보아둔 떡볶기집이 있어서
주저없이 그 집을 들어갔습니다.
일견 가격표를 보니 1인분이 2,500원이었습니다.
양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지만 적은 돈은 아니었습니다.
마침 벽을 보니 주인이 쓴 듯한 믿음직한 글자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벽에 써진 글자를 보니 더욱 신뢰감이
생기고 제법 맛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 글의 내용은 “손님을 하느님 같이 모셔라.”는 말과 함께
몇 글자가 더 있었으나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처음 의자에 앉으니 깔끔한 떡볶기집 분위기에 걸맞게
오뎅국물에 고명을 띄운 국물을 주는 것이 참 좋았습니다.
잠시 기다리는 동안 종업원을 보니까 떡볶기를 만들지
않고 철판에 서너개의 떡볶기를 주걱으로 긁어모으는데
그것을 버리고 맛있게 만들어주는 것으로 생각하면서
맛있는 상상을 하면서 입맛을 다시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왠 일입니까?
방금 주걱으로 긁었던 그것을 내 상에 주는 것이 아닙니까.
아연실색했으나 “오늘 또 속았구나!”를 외치면서
그냥 먹었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믿고 내가 이곳에 온
것이 바보지...” 하는 생각을 하고 묵묵히 그 평소에
먹고 싶었던 떡볶기를 먹고 나서 간판에 써진 떡볶기
값으로 2,500원을 주고 나오는 마음 그렇게 홀가분하지
않은 것은 당연하였습니다.
병원에서 집으로 돌아와서 큰 밥그릇에 하얀 쌀밥을
가득담아서 그 떡볶이집에서 구겨진 기대를 대신 채우고
나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는 하루였습니다.
뭐 째째하게 떡볶기 값 2500원을 쓰고 그러느냐구요?
그 떡볶기집 이름 2자를 밝히고 싶지만 야박하게 하고
싶은 마음은 없어서 그냥 웃어 넘기렵니다.
편안한 시간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내가 쓴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미 와버린 봄 (0) | 2011.03.23 |
---|---|
아주 오래 된 손님의 추억 ... (0) | 2011.03.20 |
정다운 뽀뽀... (0) | 2011.03.06 |
가슴에 내리는 비 (0) | 2011.02.23 |
구경 한번 해보실라우....? (0) | 2011.02.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