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란가슴
무엇인지 빠진 듯한 허전함에
이른 아침 시간에 눈을 떳는데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잠자기 전에 반드시 먹어야 하는
약을 먹지 않고 잠을 잔 것입니다.
나름대로 긴장을 하고 살았지만
한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기 전에 급하게
수도꼭지를 틀고 물을 한 컵 담아서
약 봉지에서 꺼낸 약을 입속에 넣고
물을 마십니다.
그러면서 혼잣말을 합니다.
'휴~~~ 큰일날 뻔했네'하면서
안도를 합니다.
무슨 이야기인가 하면...
매일 잠자기 전에 와파린이라는
약을 먹어야 하는데 깜빡 잊고
약을 먹지 않았습니다.
이 약은 혈액 항응고제로서
심장대동맥판막이 금속으로
된 사람은 반드시 먹어야 합니다.
내 건강은 내가 챙겨야 하는데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는 것은
당연합니다.
사람 마음이 핑계에 익숙해서
아이구 참 무심한 것들이라고
애들 핑계를 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자식들이 무슨 죄가 있다고...
사경을 헤맬 때 우리 큰딸이
기도를 했답니다.
울면서 그랬답니다.
할아부지 우리 아부지를 제발
데려가지 말라고 기도했답니다.
눈물의 기도를 했더니 돌아가신
제 할아부지(우리 부친)는 응답을
했다고 해서 마음이 울컥해졌던
기억이 납니다.
출근 준비를 서두르는 딸에게
'건널목 건널 때는 항상 신호등이
바뀌더라도 2.3초 흐른 다음에
안전하게 건너가거라'하는 당부를
합니다.
오늘은 그놈의 약 와파린 때문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립니다.
건강은 소중합니다.
건강할 때 건강을 지킵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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