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모르는 전화번호는 안 받는 게 상책입니다
요즘은 막걸리 한 병에도 술이 거나하게
취하는 것을 보면 술이 약해진 것 같기도 하고
그만큼 몸이 많이 약해진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 며칠 전에 부침개를 안주로 학창 시절의 친구 한 사람과
막걸리를 한잔 마시는데 같이 마시던 친구에게 한 통의 전화가 옵니다.
그 친구는 바쁘다면서 냉정한 목소리로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리고 술을 같이 마시는 나에게는 별다른 말이 없었고
그래서 친구와 나는 계속해서 막걸리 잔을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가 더 없이 좋은 안줏거리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나와 막걸리 잔을 대작(對酌)하는던 친구가
전화를 끊은지 채 3분이 되지 아니하여 전화가 옵니다.
정다운 목소리였고 막걸리 서너 잔에 취기가 오른 나는 반갑게
응답을 했고 내 이름을 다정하게 부르며서 자기를 소개하는데
나와 같은 학교의 ROTC 동기생(그는 공과대학)인데 최근에
국내에서 유명한 건설회사 간부를 퇴직하고 사업을 시작했다면서
사업 협조를 부탁하였습니다.
나는 경비원일을 하고 있는데 무엇을 도와 줄 것이 있겠느냐면서
그래도 말을 해 보라고 했더니 자기가 하는 경제신문사 잡지를 구독해
달라는 이야기였는데 연간 18만원이라고 했고 그렇게 하겠다고 했지요.
그러나 마음은 찜찜하였습니다.
학교를 졸업한 지가 36년이 지났지만 단 한번도 만난 적도
연락을 주고 받은 적도 없는 사람이 동창회 명부를 펴놓고 거는
전화에 같은 학교 동기 동창(ROTC)이라는 말에 마음을 터놓고
경제적으로 곤란을 겪는 처지에서 잡지를 구독하는 것은
경솔한 일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냉정하게 거절을 했어야 하는데 마음이 약해서...
경제신문사 에서 발행하는 잡지를 받아 보니
경비원을 하는 나에게는 별로 필요가 없었습니다.
사실은 그 동창이라는 사람의 목소리나 얼굴도 기억이 없습니다.
내 앞에서 같이 술을 마시던 친구는 냉정하게 거절을 했는데
그렇게 냉정하지 못하고 연간 18만원의 잡지 대금을 부담할
생각을 하니까 스트레스를 받고 기분이 아주 찜찜합니다.
나 같이 경비원을 하면서 어려운 생활을 하는 사람에게
대기업 간부를 퇴직하고 사업을 시작했다면서 동창회 명부를
펴놓고 졸업 후 36년만에 전화를 걸어서 잡지를 파는 일은 인간적인
도리를 저버리는 일이 것이 아닌가 해서 속상하는 일입니다.
만약에 내가 책장사를 하는 처지가 되어서
전화를 한 경우 같으면 같은 학교 ROTC동기가 경비원일을
하면서 어려운 시간을 살아간다고 했으면 그렇게 했을 것입니다.
“야, 친구야 참 어렵게 지내는구나.
내가 다음에 만나면 막걸리나 한잔 살테니 그때 보자구.
오늘 전화는 미안하다.
잘 지내시게나...” 그렇게 했을 것입니다.
어쨌거나 이왕에 보기로 한 책이니 열심히
읽어서 좋은 경제적 지식을 쌓아야 할 것 같습니다.
해박한 경제 지식은 부자가 되는 지름길이니
열심히 경제 지식을 익힐 것입니다.
앞으로는 전화기에 등록된 전화번호가 아니라면
절대로 전화를 받지 않을 각오를 단단하게 합니다.
전화는 이롭기도 하지만 때로는 불편하고 번거로운 존재입니다.
특히 동창회 명부를 펴놓고 책장사를 하는 일은 이 사회에서
사라져야 하는 좋지 못한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도 전화번호를 모르는 곳에서 전화가 오는 경우에
전화를 안 받는 것이 편하고 이로운 일이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형편이 넉넉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추구한다면 18만원쯤 하는
잡지를 구독한다고 크게 나쁠 것도 없기는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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