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벌써 오후 8시 04분입니다.
날이 어둑어둑해지고 디지탈 카메라의 자동 후레쉬가 터져서
그만 자리를 뜨려고 했는데 시간은 20시를 넘어가다니 신선놀음에
도끼 자루가 썩는지 모른다더니 사진을 몇 장 찍는 사이에 해는
지고 가로등 불빛이 하나둘 켜진 시간이 오고야 말았습니다.
이왕 늦은 김에 우리 카페에 읽을거리라도
한줄 올리는 것이 세상에 보시하는 셈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몇 자 올려 봅니다.
지난 밤 야간 근무를 하고서 아침 7시에 퇴근을 하고서
잠자리에 들었는데 창문에 비치는 햇살이 느껴져서
실눈을 슬그머니 뜨고 보니 이게 왠 일인지 모르겠어요.
시간이 오후 5시 30분을 지났던 것이었습니다.
충분하게 잠을 잤다고 생각은 들었지만 시간을 너무
허무하게 보낸다는 생각에 간단히 세면을 마치고 나서
주섬주섬 옷을 걸치고 아끼는 내 힐링 도구인 디지탈 카메라와
카메라용 삼각대를 챙겨 가지고 무작정 버스를 타고 잠실벌에
내려서 나하고 자주 대화를 나누는 석촌 호수에 도착하였답니다.
그 후 사진을 몇 장 찍었는데 이렇게 20시가 넘어 갔던 것입니다.
호숫가 언덕 아래에는 놀이 기구를 타는
사람들의 탄성이 요란하고 불빛은 찬란합니다.
그럼 그대 너는 무엇을 하느냐고요?
저는 오후 20시가 넘은 시간 소란한 호숫가 길을 약간 피하여
오늘 일들을 정리합니다.호숫가에서 조금 떨어져 앉은 벤취에는
젊은 데이트 남여가 바짝 붙어 앉아서 속삭이고 주변이 어두워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내 또래 남자가 피우는 담뱃불만 반짝거립니다.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하는 아낙내가 지나가는데
아카시아꽃이 흐드러지게 피면 나는 그 향기가 콧끝을 스칩니다.
이제는 사람들과 직접 데이트를 하는 것보다는 그런 한적한 모습을
보는 것이 더 좋아지는 것을 보면 많은 부분이 정리가 된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지난 날들에는 복잡한 상념들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지만 지금은 차분히 그런 풍경에 익숙하고 마음이 편해집니다.
나이 탓도 있을성 싶은데 맞을지 모르겠어요.
어쩌면 그런 욕망과 갈등이 사그라들지 않고서
나의 내면에 숨어서 잠자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 글을 쓰다가 피식 웃어 봅니다.
혼자 중얼거려 봅니다.
“내 안에 잠자고 있는 그 무엇을 깨워 볼까나?”하고 말입니다.
시간도 20시 36분을 지나니까 일단 어두워진 잠실벌 석촌호수
벤취를 일어나야지 할 것 같아유.
민족 치욕의 삼전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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