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쓴 나의 이야기

조계사 연등 불빛 아래에서

법학도 2013. 5. 16. 11:31

내일 모레 5월 17일이 음력 4월 8일 부처님오신날이라서

5월 15일 오후 6시 30분경에 서울 종로 조계사를 찾으니

분주한 초파일 준비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수만 개의 등이 화려하게 걸려있고 불자이거나 불자가

아니거나 불교박물관을 찾는 사람들도 있고 불교박물관

소공원에는 조용히 담소를 나누고 예쁜 아이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자상한 젊은 엄마가 행복해 보입니다.
사람은 대부분 저렇게 행복하게 시작을 하지만 살다가 보면

아웅다웅하고 미워하고 번민하는 것을 볼 때 저 어린 아이와

젊은 엄마가 사는 것이 정답일 듯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오늘은 유난히 마음이 슬프고 우울합니다.
왠지 눈물이 쏟아질 것 같고 가슴이 답답하여

이렇게 조계사를 찾은 것 같습니다.
오후 4시에 주간 근무를 마치고 곧장 조계사

와서 초파일을 앞둔 사찰 풍경도 찍고 바람에

흔들리는 연등을 바라보면서 마음을 다랩니다.

오늘 마음이 아프고 슬퍼서 눈물이 쏟아질 것

같은 이유는 나를 어려서부터 또 고난의 수렁에서

숨가뿐 일상에 허우적거릴 때 위로를 해 주시면서

늘 눈물짓던 자상하고 인정 많은 80을 앞둔 고모님이

사경을 헤메고 있다는 고종사촌 여동생(고모님 딸)의

전화를 아침에 받았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치매증세와 뇨.고혈압.골다공증으로

고생을 많이 하셨는데 정말 눈물이 납니다.

부모님도 다 작고하시고 고모님을 부모님처럼

그동안 의지하고 지냈는데 가슴이 너무 아픕니다.
그래도 일말의 위안을 갖는 것은 지난해 경비

야간 근무를 마치고 당일치기로 부산 백병원으로

병문안을 다녀온 것이 조금은 위안이 됩니다.

만약에 나를 그렇게 아껴주시던 고모님이 돌아가시는

경우에 고모님 빈소에 가야 하는데 경비원 교대근무에서

자유스럽지 못한 나는 걱정이 태산 같습니다.

그래서 경비반장님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협조를 약속

받고 나니 마음이 조금 위로가 됩니다.

지금도 사경을 헤메는 고모님이 조금이라도
편안한 시간을 가지시다가 돌아가시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합니다.

조계사에 휘황하게 켜진 연등들이 춤을 춥니다.

어차피 인생은 유한한 것이고 어떻게 살아

생노병사의 고통 속에서 자유롭지 못한 중생들의

운명을 곱씹어 봅니다.

조계사 연등의 휘황(輝煌)한 불빛 아래 고통

받는 모든 이들의 평화와 안식을 기원해 봅니다.
오늘 조계사 연등의 불빛이 눈물겹게 아름답습니다.

편안한 시간이 되세요.


2013년 5월 15일

20시 04분 조계사 벤취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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