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쓴 나의 이야기

그놈의 정이 웬수다

법학도 2012. 7. 19. 20:27

이봐요! 경비원 양반...

80살은 충분하게 넘겼을 것 같은 할아버지 고객 한분이

경비원 근무를 하고 있는 나를 붙잡고 눈물이 그렁그렁합니다.

직업적인 의무감과 함께 작고한 부친이

생각나서 전화국 민원실을 쓰러질듯 걸어서

나오는 그 어른을 부축하면서 고객님,

“일이 잘 안되는 게 있는지유?”

별다른 힘이나 영향력도 없었지만
그렇게 물어 보는 것이 다였습니다.

그랬더니 그 80대 남자 노인은 내팔을 잡더니

한줌의 고지서 등 복잡한 서류를 내밀고 있어습니다.
내가 그 서류를 펼쳐서 도움도 안 되고 그럴 처지나

위치도 안 되기 때문에 그 복잡한 서류를 펼치는

것은 그만 두고 말았습니다.

“고객님...무슨 일이신가요?” 했더니

그 할아버지의 친구가 워낙 살림이 가난하고

형편이 어려운 처지라서 보증보험에 연대보증을

서주면 쌀을 살 수가 있다고 간청을 하여
인정에 못 이겨서 그 노인의 인감증명을 떼어

주고 보증보험서류에 도장을 찍어 주었는데

그 서류로 핸드폰을 사서 핸드폰 비용과

전화요금이 130만원 이나 청구가 되어서

전화국에 그것을 갚으러 왔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다행이 전화요금 70만원은 전화국에서 그 노인의

딱한 사정을 살피어 50%를 감액해주기로 했는데

보증보험금액은 전액을 다 갚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노인도 살림이 어려워서 난감하다는 딱한 사정이
었지만 내가 그 80대 노인을 도울 수 있는 길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어르신 참 딱하시게 되었네요.”라고

하는 말 외에는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습니다.

어깨를 축 늘어뜨리면서 우둔한 발걸음을 떼어 놓는

그 80대 할아버지 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세상에는
냉정한 논리로 설명하기 곤란한 일들도 많다고 생각했습니다.

세상에는 그 친구라는 정과 의리 때문에 어려움과

수렁에 빠지는 일도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우울한 시간이었습니다. 인정에 못 이겨서 이렇게
보증을 서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그놈의 정이 왠수입니다...

이 모든 것이 그 몹쓸 놈의 정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하늘은 비구름으로 잔뜩 어두운 시간이지만 편안한

저녁시간이 되시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이글을 도심에 있는 은행 앞 벤취에 앉아서 쓰고 있는데

장맛철 빗방울이 내머리에 한방울 두방울 떨어집니다.
빗방울이 떨어지니 자리를 털고 일어납니다...

2012.7.19. 18시 3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