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이새끼야, 왜 문안닫고 다니는 거야!
지하철을 타고 가는데 한 중년 남자(자기 말로는 64세라고 함)가
대학생인 듯한 20대 청년을 보고 소리를 지르는 말입니다.
나는 쓰고 있던 모자를 슬그머니 벗었습니다.
왜냐하면 나도 모자를 벗으면 방금 큰소리로 젊은이를 비난한
사람이 만만하게 보지 못할 것이라는 계산 때문이었던 것입니다.
모자를 벗으면 적어도 내가 내 나이를 이야기하기 전에는
함부로 덤비지 못할 것은 당연합니다.
머리가 거의 백발이기 때문에...
그 청년이 지하철 칸을 다른 칸으로 옮기면서
미처 문을 닫지 않은 것 같은 사실이지만 너무 심하게 들렸고
여차하면 나도 한몫 관여할 마음이 생겼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그 64세라는 남자는 한술을 더 뜨더라구요.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들으라는 듯한 태도로 하는 말이
나는 젊을 때는 공부도 잘 한 사람입니다.
나는 서울에 양정고등학교를 나오고 고려대학교를 나온 사람입니다.
대충 그런 말을 하고 있는 꼴을 보고 있었더니 한수 거들고 싶었지요.
다만 나는 시골 아저씨이고 서울은 생소한 사람이라서 그 64살이라는
사람이 얼마나 좋은 학벌을 가진지는 잘 모릅니다.
요즘 젊은이들이 예절이 없다고 하는 비판의 목소리가 들리기도 하지만
64세라는 나이는 젊은이의 존경을 받고 젊은이들의 삶의 맨토가 될 나이인데
이런 사람이 있으니 무조건 젊은이들이 예의나 버릇이 없다고 비난만 할
이야기는 아니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만 정말 나이 값을 못하는 어른들이
너무 많은 것은 아닌지 잘 모르겠습니다. 한잔 술에 용기를 얻어서 그런
호기를 부린지도 모르고 그 사람이 정말로 양정고등학교나 고려대학교를
나온 분인지도 진위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나이든 분들도 젊은이들에게도
예의를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나이에 양정고등학교를 나오면
무엇을 하고 정말 고려대학교를 나오면 무엇을 한다는 이야기인지...
(실제로 양정고등학교나 고려대학교를 나온 분들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입니다.)
나는 더 이상 그의 무례한 호기에 말려들면 안되겠다는 생각과
그분에게 대항할 용기나 힘도 없어서 벗었던 모자를 슬그머니 다시 머리에
썼지만 정말 나이 값을 못하는 어르신이 있다는 생각에 나이가 든 사람으로서
젊은이에게 부끄러움을 느낀 시간이었습니다.
만약에 이글을 읽는 분들이 제 나이 또래라면 젊은이들에게 이런 비인격적인
말은 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한 20대 젊은이가 지하철 칸을 옮기면서 문을
닫지 않은 일이 그토록 비난할 일은 아닌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깊어가는 밤 편안한 밤이 되시기 바랍니다.
(이글은 2012년 3월 21일 9시경 지하철 2호선 강변역에서 잠실나루역으로
가는 길에 지하철에서 있었던 이야기입니다. 혹시 서울 양정고등학교나
고려대학교를 다닌 분이 있으면 넓은 이해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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