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쓴 나의 이야기

귀머거리 행세를 하다

법학도 2013. 12. 23. 01:22

오늘 같이 춥고 구름이 끼인 날은 따뜻한
음식을 먹고 이웃과 정다운 담소를 나누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은 행복을 배가시키는 시간

될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세상살이가 따뜻한 이야기만 있을 리는
없으니 살다가 보면 기쁜 일과 슬픈 일, 좋은 일
과 나쁜 일, 보기 좋은 일과 보기 싫은 일이 함께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지사가 될 것입니다.

동짓날이고 일요일인 오늘은 날씨가 매우 춥고
구름이 많은 것이 마음도 착 가라앉는 기분이
역력하였습니다.일반인들이 살아가는 데는
날씨가 추운 것보다는 더운 것이 더 좋다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오늘은 모임이 있어서 9호선 지하철을 타게
되었는데 지하철은 추운 날씨와 휴일 탓에
한산한 것이 좌석도 여유가 있고 넉넉했지요.
지하철을 타는 시간이 채 20분도 되지 않아서
가벼운 마음으로 눈을 살짝 감은 채로 자리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내 어깨를 살짝 건드리는 손기척에
눈을 뜨고서 바라보았더니 30대 청년이 서있었는데

그 청년은 얼굴이 미남이고 키가 큰 것이 외모가

수려했고 옷도 요즘 유행하는 오리털 파카(PARKA)를

멋있게 입고 서있었습니다.내가 입은 잠바보다는

좋고 비싼 듯한 옷이었고 그 청년을 바라보았더니

그는 이런 말을 합니다.

“아저씨 10원이라도 좋으니 10원만 주세요.”
라고 말을 건넵니다.요즘 10원을 주머니에
가지고 다니는 사람도 드물지만 아무리 그래도
어찌 10원을 주겠습니까.그래서 동냥은 못 주더라도

쪽박을 깨는 말은 할 수 없는 노릇이라서 그냥
묵묵부답으로 귀머거리가 되었습니다.
무표정한 모습으로...

이 추운 겨울 날에는 훈훈한 이야기로 따뜻한
시간이 되어드리고 싶었는데 아쉽습니다.
그러나 녹록치 않은 세상살이가 따뜻한 이야기

있겠는지요.그래도 오늘 내게 단돈 10원이라도

달라고 손을 벌리던 청년에게 성탄의 축복이
내리기를 기도합니다.우리 아들 같은 생각이

들어서 마음이 가볍지 않은 밤입니다.

 


이야기를 마치면 아들에게 전화를 할 생각입니다.
☞2013.12.22 21시 40분 쓴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