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에 고무장화를 신고
고무장갑을 끼고 긴 외투를 입고
진눈깨비를 맞으면서 염화칼슘을 한포대나
계단에 뿌렸습니다.
염화칼슘을 눈 위에 뿌릴 때 가죽 구두를 신으면
나중에 가죽 구두가 쇳덩어리처럼 딱딱해지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그런 사실을 알지 못하고 가죽 구두를 신고서
눈 위에 염화칼슘을 뿌렸더니 가죽 구두가 쇳덩어리처럼
굳어져서 그 비싼 신발을 버리고 말았던 기억이 납니다.
이제는 산전수전을 겪고 나니까 그런 순진한 작업은 하지 않습니다.
염화칼슘을 뿌려 대면서 그래도 걱정은 있었습니다.
이 넓고 큰 세상에 이렇게 염화칼슘을 뿌려 대면 환경오염이
심각할 것 같지만 그렇다고 별다른 수도 없었습니다.
눈을 빗자루나 가래로 밀면 밤새워서 혼자서 치워도 끝이 없을 것 같습니다.
세상 걱정을 혼자서 다 하고 살 수는 없는 노릇이라서 걱정은 그만합니다.
오늘 야간 근무를 하고 내일 아침에 퇴근을 하면 한숨 잠을 잘 것이고
오후에는 조부님 제삿날이라서 청주 동생집에 갑니다.
내일 오후에 청주 동생집에 갔다가 제사를 모시고 나서
밤중에 상경하면 힘은 들 것 같지만 어디 사람노릇 하기가 쉽겠습니까.
어차피 장손인 내가 해야 할 일을 막내 동생이 궁여지책으로
대신 하는 것이라서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내일 오후에 청주를 가는데 지장이 없도록
지금 내리는 눈이 조금만 더 내리고 그쳤으면 좋겠습니다.
진눈깨비가 오는 지금 시간은 자정이 넘어가는데 길거리를
질주하는 차들의 행렬이 그칠 줄을 모릅니다.
이제는 진눈깨비가 그만 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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