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 길거리표 팥죽을 먹으면서
절영지회(絶纓之會)라는 말이 있습니다.
갓끈을 떼고 노는 것을 말합니다.
아시는 것과 같은 이야기입니다.
고대 중국의 춘추전국 시대에 초나라의 王인
莊王은 전쟁에 승리한 후에 무장들을 모아놓고
성대한 잔치를 합니다.연회 중에 바람이 불어서
연회를 밝히던 불이 꺼지고 한 사람의 장군이
왕의 사랑하는 첩의 가슴을 더듬습니다.
그 애첩은 남자의 갓끈을 떼어버립니다.
애첩은 자기의 가슴을 더듬은 사람을 잡아달라고
왕에게 귓속말을 합니다.
불을 켜면 왕의 애첩의 가슴을 더듬은 사람은
당연히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러나 왕은 불을 켜기 전에 갓끈을 모두 떼게 합니다.
그래서 흥겨운 연회는 무난히 끝났습니다.
그후 왕이 전쟁에서 위기를 맞았을 때 목숨을 걸고
왕을 구한 사람은 바로 왕의 애첩의 가슴을 더듬은
장군인 장웅이었다는 옛날 이야기가 있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실수를 할 수도 있습니다.
고의적은 실수가 계속 된다면 당연하게 벌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고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한 번 너그럽게
용서를 해줌으로서 더 큰일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도 우리들의 공동체를 위하여
좋은 일이 아닌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왜냐하면 평소에 좋은 생각을 하고 있다가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욕심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노한 파도나 치열한 불길처럼 일어나던
욕망이 가라앉고 나면 잔잔한 호수에 한가롭게
노를 젓는 문객의 고요함을 보일 수 있을 것입니다.
하늘 아래 새 길도 없고 예수님이 말씀하신 것 같이
죄 없는자 간통한 여자에게 돌을 던지라는 말씀도
있으니 말입니다.
오늘은 직장 근무가 없는 비번 날이라서
디지탈 카메라만 달랑 들고서 거리를 나섰습니다.
어디를 간다는 생각도 없었으니 버스를 탈 것인지
지하철을 탈 것인지도 결정하지 않았는데
마침 내 앞에 선 것이 462번 버스라서 그냥 차를 탔지요.
내가 내린 곳이 영등포 재래시장이었습니다.
마땅하게 갈 곳도 만날 사람도 없었기 때문에 그냥
영등포 시장 안으로 들어갔는데 산더미 같이 쌓인 옷과
각종 좌판에 벌려 놓은 무우청 시레기 등이 있었습니다.
이 골목 저 골목을 기웃거리다가 길거리 좌판에서
3,000원에 팔고 있는 팥죽을 보았습니다.
점심 식사 시간도 지난 오후 4시쯤이라서 시장기를
느끼고 물김치 한 그릇과 팥죽 한 그릇을 먹었지요.
그럼 팥죽에 곁들여서 주는 물김치 구경하시렵니까?
팥죽을 먹으면서 그런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다른 사람의 과오를 용서하기는 어려운 일이지만
감히 내가 다른 사람을 용서할 수 있다면 그것은
내가 복 받는 일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