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에 위로가 될 때도 있습니다
세상 이야기에 위로가 될 때도 있습니다
오늘 오후 직장 일을 마치고 직장 현관을 나서는데 아니나 다를까
현관에서 30m쯤 지나서 주유소 앞을 지나는데 결국 일이 벌어졌지요.
들고나오던 비닐 봉투가 터진 것이었습니다.
비닐 봉투에서 나온 것은 작은 투명 비닐 봉투에 넣은 미역국 한 봉지
튀김 한 봉지,날치알을 넣어서 만든 계란찜 그리고 도토리묵 한 점
뭐 그런 것들이었답니다.
“이 뭐꼬...?” 하시는 분들이 있을 것 같아서 한 마디 설명을 하자면
얼마 전부터인가 우리 회사(KT) 구내식당에서 일하는 아주머니들은 경비원
아저씨들이 야간 근무 시에 저녁밥을 먹을 때 먹으라고 구내식당에서
사용하고 남은 반찬을 챙겨서 경비실에 주는 일을 하십니다.
(우리 직장 구내식당은 점심 식사 영업만 하고 있음)
그런데 남은 반찬을 먹는 사람은 경비원 4명 중에 딱 한 사람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은 집에서 가져온 반찬으로 식사를 하니까 구내 식당에서 남은 반찬을
준 것을 먹는 사람은 나 혼자 뿐이어서 내가 야간 근무를 하지 않을 때는 내가
모두 집으로 가져와서 혼자서 독식을 합니다.
그런데 오늘 구내식당 반찬을 집으로 가지고 오다가 회사 앞 주유소 앞에서
비닐 봉투가 터져서 땅바닥에 흩어졌으니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주섬주섬하여 비닐 봉투에 주워서 담는데 주유소에 기름을 넣고 나오는 차가
경적을 울리고 주유소 직원이 눈살을 찌푸리는데 여간 민망하지가 않았습니다.
그래도 배짱 좋게 주워서 담을 것은 모두 봉투에 담아서 여유 있게 집으로
오는 길을 재촉하였습니다.중간에 재래시장에 들려서 노점상 아주머니에게
비닐 봉투를 두 개나 사서 아까 길바닥에 널브러진 반찬을 담아서 돌아왔습니다.
노점상 아주머니는 비닐 봉투 값을 안 받는다고 손사래를 쳤지만 끝까지
비닐 봉투 값 100원을 노점상 아주머니 손에 쥐어 드리고 왔습니다.
길가에 구내식당에서 준 반찬이 널브러진 것은 낭패였다고 생각해도
날치알 계란찜도 맛있고 미역국도 맛있고 튀김도 맛이 있었습니다.
맛있는 반찬과 저녁 식사를 하고 백세주 한잔을 하고 나니 세상에서
부러울 것이 없는 시간입니다.
그래도 길가에 널브러진 반찬을 주어 담을 때 느낀 낭패감은
아직도 황당한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행복한 꿈을 기약합니다.
이 글에 위로를 받을 분도 안도할 분도 있을 것은 당연합니다
세상은 이런저런 사연 속에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아무쪼록 행복한 시간이 되시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물론 저도 백세주 한잔에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