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쓴 나의 이야기

바람을 탓하지 않기...

법학도 2012. 5. 2. 20:28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라는 말이 있습니다.

오늘도 섭씨 29도를 웃도는 날씨라서 직장에서 일하는데

등허리에서는 땀이 줄줄 흐리고 단정히 입은 하얀 와이셔츠와

넥타이가 무지하게 답답하게 느껴진 하루였습니다.

때이른 더위에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과학적으로는 푄현상이라는 말을 하더라구요.

 

걸거리를 나서면 그 화려하던 벗꽃과 하얀 목련꽃은

온데간데 없이 자취를 감추고 그 자리를 차지하던 진달래 마저

이제는 그 화려한 모습이 점차 사그라지는 것을 볼 수가 있습니다.

참 허무한 봄 풍경입니다.

흔한 말로 화무십일홍이라던가요?

 

오늘 이 흐드러지게 핀 꽃들이 진다고 서럽다거나

허무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나의 생각뿐일 것입니다.

정작 그 화려하게 피었다가 지는 꽃은 아마도 새로운

탄생인 열매를 맺기 위한 과정으로 자연스러운 일이겠지요.

그래서 어느 시인은 그런 말을 했습니다.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

 

온천지가 이렇게 꽃의 잔치로 날이 새고 지는 세상이지만

꽃이 진다고 언짢게는 생각하지 마시기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하나의 일상이 아니겠는지요...

또 우리의 시대가 간다고 너무 나 아닌 다른 것을 탓하지도 말자구요.

꽃이 진다고 바람을 탓하지 않듯이 우리가 늙어간다고 아니면

세월이 간다고 허무한 세월을 탓하지 맙시다.

 

어느 시인이 말했듯이....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라는 말과 같이

늙어간다고 세월을 탓하지 맙시다.

 

그런 의미에서 한 시인의 낙화라는 시를 소개합니다.

 

낙화(落花) - 조지훈

 

꽃이 지기로소니
바람을 탓하랴.

주렴 밖에 성긴 별이
하나 둘 스러지고

귀촉도 울음 뒤에
머언 산이 다가서다.

촛불을 꺼야 하리
꽃이 지는데

꽃 지는 그림자
뜰에 어리어

하이얀 미닫이가
우련 붉어라.

묻혀서 사는 이의
고운 마음을

아는 이 있을까
저허하노니

꽃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