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등신(等神)이여...
뇌가 석화현상이 발생하여 치매에 걸린 사람은 과거의 일은
조금 기억을 하지만 가까운 시간에 일어난 일은 기억을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가까운 분이 그런 일을 겪고 있다는 것은
고통이고 안타까운 일입니다.
1주일전에 갑자기 행동에 이상이 생겨서 부산 해운대에 있는
대학병원에 입원하여 진단을 받아본 결과 뇌에 석화현상이 발생하여
아들도 손주도 남편도 알아보지 못하는 분은 바로 내가 마음으로
의지하고 좋아했던 70대 후반을 넘어가는 우리 고모님이었습니다.
며칠전 야간근무(경비원)을 마치고 퇴근하면서 아침 일찍 고속버스를
타고 부산 해운대에 있는 백병원(인제대학교)으로 그 고모님을 문병을 갔습니다.
마침 고모님의 장남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멍하니 앉아 있는 고모님을
마주할 수가 있었는데 내가 와도 아무런 반응이 없이 앉아 있는 고모님을
바라보는 마음은 슬픔 그것이었습니다. 평소에 내가 시련을 겪을 때마다
힘이 되어주고 응원해주던 분이었는데 정말 안타가왔습니다.
사람의 생노병사를 무수히 지켜본 나로서도 “사람은 이렇게 가는구나”
라는 탄식을 하고 있었습니다.
잠시 후에 고모님은 아들을 보고 오빠(몇년전 작고한 우리 부친)라고
말하는 것을 볼 때는 눈물없이는 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고모님의 큰 아들이 “어머니, 지금 여기 온 사람이 누군지 알아요?”
라고 물었습니다. 멍한 눈만 껌뻑거리던 고모님은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그럼 알지....일제를 내가 모를까봐...”라고 하면서 힘없이 웃고 있었습니다.
그러시면서 한마디 더 하시는 말이 “등신이여....니가 등신이여....”라고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왜 그말이 그렇게 안타깝고 사랑이 묻어나는지
나도 모르게 정말 엉엉 울고 말았습니다.치매에 걸린 고모님이 나를 알아보신다.
라는 사실에 정말 울고 말았습니다. 평소에 친정 장조카라고 그렇게
자랑스럽게 생각하면서 중년시절 식당을 하실 때도 내가 고모님 가게(식당)
라도 갈 때는 손님에게 필요도 없는 자랑을 늘어놓으시던 고모님이셨는데...
그런 아름다운 추억이 있고 끔찍한 사랑을 받은 나였기에 경비원 야간근무로
밤을 새우고도 출근길에 부산을 단숨에 내려갔던 것이었습니다.
오늘 아침 일찍 근무가 예정되어 있어서 부산에서 서울로 귀로에 올랐지만
그날 고속버스를 타고 오면서도 70대 후반에 갑자기 치매에 걸려서 세상을
모르고 삶과 죽음 사이를 넘나들면서도 나를 기억하고 그렇게 끔찍하게 사랑하던
친정 장조카인 나를 “니가 등신(等神)”이라고 부르던 고모님의 애정이 가슴을
뜨겁게 합니다.사랑하는 장조카를 “등신”이라고 부르는 그 마음을 저는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세상에서 치매에 걸린 고모님이 부를 수 있는 최고의 사랑이
이 바로 “니가 등신이여...”라는 말일 것 같습니다.
고모님 사랑합니다...
낙동강
부산 해운대 백병원
고속도로 휴게소에 핀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