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쓴 나의 이야기
봄비 오는 날 풀(草)을 올리는 마음...
법학도
2012. 4. 2. 19:22
내가 참 좋아하는 글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김수영 시인의 ‘풀’”이라는 시입니다.
이름을 날리는 시인님들도 많고 좋은 문학작품도
하늘의 별처럼 많이 있지만 그런 것 때문이 아니라
약한 것 같으면서 강하고 시대에 순응하는 것 같으면서도
그렇지도 않은 것 같아서 살아있는 글로 저에게
생생하게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조금 더 있으면 온 세상이 초록빛 풀로
덮히겠지만 아직은 무성한 풀을 보기가 쉽지가 않지요.
지금 오고 있는 이 봄비가 그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온 천지가 무성한 푸른 초원으로 변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내가 마음으로 좋아하는 그 시를 한편 올려봅니다.
다른 사람의 글을 그렇게 열심히 보는 편은
아니지만 평소에 이글이 너무 마음에 들었습니다.
봄비가 오는 이 시간 풀(김수영 시인 작품)을
한편 올려드립니다.
오늘 같이 봄비가 하염없이 내리고
날씨가 흐린 날에는 제격일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풀
김수영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