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대국밥집에서 대통령을 꿈꾸는 남자들의 이야기...
12월 중순 아주 추운날 오후 7시정도 손님은 4~5명...
재래시장에 있는 아주 작은 순대국밥집, 둘이 마주 앉는
작은 식탁이 3개정도 있으니 식당 면적을 아주 후하게 잡으면
3~4평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미 그곳에는 손님이 2팀 4명정도 앉아서 있었고 한팀은
조용조용 이야기를 나누면서 뜨거운 순대국밥에 소주를 한잔 하고
있었고 다른 한팀은 이미 막걸리를 3병정도 마신 탓인지 소리도
높아지고 호방한 웃음소리와 함께 세상이야기가 무르익고 있었지요.
어차피 좁은 공간에서 먹는 식당이니 격조가 있을리는 없고
남의 이야기를 듣고 싶던지 듣고 싶지 않던지 그것은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사정없이 귓전을 때리는 이야기였습니다.
물론 내가 하는 이야기도 여과없이 그들의 귓전을 두드릴 것은
뻔한 처지이고 보니 남의 이야기를 엿듣는 것과는 상관없이 남의
이야기를 여과없이 듣는 것은 권리이자 의미처럼 느껴졌습니다.
이 이야기는 들은 이야기를 전해도 개인의 프라이버시와는
관계 없을 듯합니다.
이미 막걸리를 3병 정도 먹은 한팀은 기분이 절정에 달한듯
소리도 높아져 있고 세상이 동전만 해진 듯 의기가 충천해 있었습니다.
한 남자는 나이가 67세라고 했고 그 보다 나이가 젊어보이는 남자는
10살 정도 아래라고 하였으며 형님으로 깎듯이 대했습니다.
내가 순대국밥을 반쯤 비우고 있을 때 그 두사람은 이야기를
거의 끝내가고 있었는데 한 젊은 남자(50대 중반)는 자기가 대통령이
된다면 나라를 이렇게 저렇게 이끌어보겠다는 당찬 포부를 이야기했고
한 남자는 강원도 어느 시골에서 중학교 공부를 하기 싫어서 서울에
올라왔으며 지금의 난곡동인가 신림동인가 올라왔는데 그때는 그곳에
채소를 심고 똥을 거름으로 주어서 먹을 거리를 가꾸고 삶을 가꾸던
야기를 하는 것이 50~60대면 누구나 동감할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내가 순대국밥을 거의 비우고 있을 무렵 한 남자가 주인을
큰 소리로 부르는 소리가 들렸고 그 50대 중반 남자는 오늘 먹은 막걸리
3병과 순대국밥 값을 물었으며 그 값은 23,000원이라는 걱이었습니다.
갑자기 그 남자는 형님, 내가 잠시 화장실을 다녀오겠다고 나가서
한참이나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같이 앉아있던 67세 나이의
남자는 안절부절하고 있었는데 지루한 시간이 지나고 나타난 남자는
오늘 술값이 아직도 계산되지 않은 것을 알고 1만원이 전부라고 하면서
내놓았고 나이가 더든 남자는 이곳저곳 주머니를 뒤진 끝에 14,000원을
내놓았습니다. 그리고 식당비 23,000원을 계산하였습니다.
그러더니 두 사람은 그러더라고요.
돈 1.000원이 남았으니 막걸리 한병 더 먹자고 하더니...
“아주머니! 막걸리 한병 더 줘요.”하면서 아주 위압적인 자세를
취하더라고요. 마치 막걸리 한병을 1,000원에 안주면 혼내줄 것처럼...
순대국밥을 비운 나는 착잡한 마음으로 식당문을 열고 나와서
재래시장 난전에서 5,000원짜리 명태 한마리와 500원짜리 무우
하나를 사가지고 점점 어두워지는 시장골목을 지나오고 있었습니다.
대통령의 꿈을 아직도 꾸는 그 남자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난 오늘 야간근무를 준비하고 있는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