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걱정이나 하라구...
네 걱정이나 하라구...
세상에 나고서 오늘처럼 피곤한 적이 별로 없었습니다.
참 괴롭고 힘든 날이었습니다.
몸만 피곤한 것이 아니라 마음도 피곤했습니다.
오늘은 주간근무라서(경비원) 오후 5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퇴근하기 전에 그동안 간간이 직장에 가져다 놓았던 몇점의
책(주로 시인 소설가 수필가들이 자신들의 저서를 기증한 책들)
을 주섬주섬 미리 가져간 쇼핑백에 넣어서 집으로 오는 버스를 탔지요.
곧 내가 살고 있는 양재동에 있는 직장(같은 전화국)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미리 준비를 한 것입니다. 경비원들을 지금의 50대에서
30대로 교체중이기 때문에 아마도 2월초가 오기 전에 지금 일하던
곳을 떠나서 다른 곳으로 옮기라는 예고가 있어서 그렇게
준비를 하였던 것이었습니다.
몇점 안되는 짐을 옮기는 것이 힘든 것이 아니라
몇달간 희노애락(喜怒哀樂)을 같이 하던 동료겸 학교후배가 사직을 했고
(직장에 들어온지 몇달이 되지 않아서 같은 회사의 다른 지사로
발령날 가능성이 전혀 없어서 떠남) 그가 일하던 몫을
대신 하느라고 96년간 제일 춥다는 오늘 밖에서 떨었던 것이
오늘처럼 마음과 몸을 춥게 한지도 모르겠습니다.
다행이 거주지 근처로 일단은 가지만 모든 지점이 30대로
바뀌는데 그곳에 가야 얼마나 더 견디겠습니까...
소중한 생계비이기는 하지만
워낙 박봉이니 사람을 찾는 곳은 많고 갈곳은 많아서
이 정도의 보수를 받은 것은 하루 이틀만 찾아도
바로 전직은 가능하지만 이제는 이런 일(경비원일)
에도 나의 시대가 갔구나...하는 생각에 참으로 참담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버스를 타고 두손에
책 나부랑이를 들고 오는 마음이 허전하기만 합니다.
집에 오자마자 간단히 밥을 한술 떴더니 무려
2시간 이상을 코를 드르렁 드르렁 골다가 잠을 깼습니다.
오늘 직장을 사직하고 새로운 직장으로 간 경비원
동료이면서 학교후배(중앙대학교 경제학과,25년간 한국전력
차장등으로 일했다는 분)의 건강과 행복을 빌어봅니다.
이글을 읽고 네 걱정이나 하라는 분이 있을 것같아서
마음이 조마조마하기는 합니다.